학업과 실무를 병행하며
나만의 길을 모색하는 성장의 패스트트랙
한양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윤윤구 교사
자율형 사립고 한양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이하, 한대부고)에서 19년 동안 교편을 잡은 윤윤구 교사는 19년째 EBSi의 대표 입시 강사이기도 하다. 이름 앞에 붙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입시‧진학‧진로의 전문가다. 정규 수업 외에도 ‘지식인의 서재’, ‘지식인의 랩실’ 등 교내 15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과 폭넓은 지식을 탐구하는 윤윤구 교사가 생각하는 진학과 진로는 단순히 다음 단계로의 이동이 아니라 인간의 성장을 위해 내딛는 걸음이다. 1년에 100여 회가 넘는 입시설명회를 다니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성장’을 가장 강조하는 이유다. 지난해와 올해 입시설명회에서 조기취업형 계약학과(이하, 조취계)를 하나의 진로모델로 소개한 윤윤구 교사는 지식‧경험융합시대에 조취계가 성장의 패스트트랙이 될 것이라 내다보았다.
조취계는 사업이 출범한 2018년부터 알고 있었어요. 남학생들의 진학 루트를 찾아보다 경북대 모바일공학과,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등 비슷한 제도를 경험한 바가 있어서 조취계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유심히 살펴봤어요. 지난해 입시설명회에서는 조취계 제도 및 전형을 소개했고, 올해는 높아진 관심을 반영해 전형 소개는 다른 교사가 담당하고 저는 면접 준비 등 구체적인 진학 방법을 안내했습니다. 대학 및 과별 경쟁률과 다양한 면접 기술을 중심으로 비전을 설명했습니다.
아직은 인식과 정보가 부족해서 제도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대부분이었어요. 학업과 일 병행의 현실적 가능성에 관한 질문이 많았고, 대학 생활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조금 더 홍보된다면 더 구체적인 접근과 전략 안내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요.
학생들 대부분은 면접 경험이 없어요. 조취계를 지원하는 아이들은 대학 입학사정관뿐 아니라 기업 인사담당자의 면접도 봐야 해요. 첫 번째 전략은 가상 면접을 비디오로 촬영해 연습하라는 것이었어요. 영상 속 자기 모습을 보고 목소리 톤, 표정, 제스처를 확인하는 거죠. 시선 처리도 중요하니까 연습할 때는 사람이나 인형을 앞에 두는 것도 잊지 말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답변인데, 면접관에게 학생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하나같이 ‘동문서답’이라고 대답해요. 질문에 답해야 하는데 본인이 생각해 온 준비한 답변만 하는 거죠. 그래서 답할 때는 ‘복명복창’을 하라고 했어요. 예를 들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입니다”라고 대답을 하는 거죠. 이렇게 질문을 반복해서 답하면 우리의 뇌가 생각과 말을 잡아줘요. 또한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학생들을 선발할 때 의사소통 능력을 가장 유심하게 봐요. 말과 말, 글과 글, 행동과 행동의 행간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보는 거죠. 이 능력을 키우려면 독서와 토론이 필수예요. 교육 현장에서 늘 독서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데 보통은 제도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들이 대부분입니다. 설명을 듣고 관심을 두고 알아보더라도 원서접수까지는 이어지지 않더라고요. 한대부고에서도 조취계 진학 학생이 있기는 한데 아직 극소수입니다. 몇몇 일반고에서는 어느 정도 진로 모델로 형성되어가는 단계라고 들었어요. 참여대학이 늘어나고 대학원 과정이 추가 신설된다면 더 많은 관심이 쏠리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누구나 같은 출발선에 섭니다. 진학과 진로의 방법, 방향이 다를 뿐 어른으로서 출발선은 같아요. 일반적으로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에 비해 기술력이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에 우려하는 시선이 있는데 지금 조취계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학과들을 보면 AI, 코딩 등 4차 산업 관련 전공이 대부분이에요. 그러면 차이가 나 봐야 1년인데 이건 충분히 따라잡을 것이라고 봅니다. 무엇을 선택하든 개인의 자질이 훨씬 중요해요. 특히 요즘처럼 지식융합 시대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폭넓고 유연한지가 관건입니다. 지식과 경험, 관심을 연결할 줄 아는 사고가 필수라 환경이나 조건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죠.
거시적인 관점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방향을 설정했으면 해요. 앞으로 도래할 AI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직장만이 아니라 직업을 네다섯 번은 바꿔야 삶을 지속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조취계는 일종의 패스트 트랙이에요.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시대를 앞서가요. 지금 4차 산업과 관련된 분야의 발전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른데 조취계가 이 시간을 더 압축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되려면 무엇보다 내실이 중요합니다. 배움과 실무를 동시 수행하면서 속도와 내실을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제도의 보완이 필요해요. 대학뿐 아니라 대학원 과정을 탄탄하게 구축해 학생들의 역량과 성장을 최대치로 이끄는 거죠. 일반 대학원에 석박사 통합 패스트 트랙이 있듯이 조취계에도 학·석사 통합 과정을 신설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해요. 일반대학교 진학이든, 조취계 진학이든 하물며 취업조차도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의 성장이니까요.
학업과 취업을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어디에 속해 있던 자신만의 역량을 키우는 일을 놓지 마세요. 어떤 상황이든 자신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은 항상 존재해요. 남다른 관심과 도전을 통해 그 길을 찾길 바랍니다.